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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SF 작가 남유하가 자신의 어머니 조순복 씨의 마지막 여정을 기록한 논픽션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말기 암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 조력사망을 선택한 어머니의 삶과, 그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가족이 겪어야 했던 감정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조력사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남유하 작가 책소개, 인터뷰

     

    존엄한 죽음, 그러나 쉽지 않은 선택

     

    책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조순복 씨가 스스로 조력사망을 결심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한국에서는 불법인 조력사망을 위해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라는 기관을 찾았습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스위스에서, 그녀는 온전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력사망을 신청하기 위해 기관과 66통의 이메일을 주고받고, 수없이 문서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력사망이 불법이기에 의료 서류를 발급받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이런 행정적인 난관뿐만 아니라, 가족이 감내해야 할 정서적 충격 또한 컸습니다. 딸 남유하는 어머니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점점 다가오는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여정은 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8770km를 비행하는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장거리 이동 자체가 말기 암 환자에게는 고문에 가까웠습니다. 기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좁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고, 긴 비행 동안 극심한 통증을 견뎌야 했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 떠나는 길이 이토록 비존엄적인 과정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옵니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남유하 작가 책소개, 인터뷰

    조력사망에 대한 인터뷰 – 남유하 작가의 이야기

     

    남유하 작가는 어머니를 조력사망으로 떠나보낸 뒤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검은 매니큐어를 바릅니다. ‘무언가 검은 것’(something black)으로 엄마를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Q: 우리나라에선 조력사망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이런 선택을 한 계기가 있나.
    A: 엄마는 영화 '미 비포 유'와 다큐멘터리 '우아한 죽음'을 봐 조력사망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암 전이로 고통받기 전부터 '만약 불의의 순간이 온다면 스위스로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스위스는 외국인 조력사망을 받아주는 유일한 국가고, 여러 조력사망 기관 중 1998년에 설립된 디그니타스의 역사가 가장 길어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Q: 어머니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A: 엄마를 말릴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죽음보다 더한 통증을 끝내려 자살을 고민했습니다. 어느 날 엄마의 화장대 서랍에서 많은 양의 압박 붕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목맬 생각을 한 거죠. 엄마가 '스위스 갈까?'라고 말했을 땐 오히려 안도했습니다.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혼자 외롭게 떠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누구보다 삶을 사랑한 엄마도 자살이 아닌 존엄사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Q: 최종 사망일을 정했을 때 심정은.
    A: 급박하게 정한 거라 디그니타스에서 가능하다고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불가능하다고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뒤섞였습니다. 원래 8월 4일로 문의했는데 그날은 불가능하다고 해 3일로 정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조력사망 제도가 있었다면 엄마가 며칠은 더 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고령의 환자가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를 가야 할 걱정 없이 내 나라에서 편히 눈감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곱씹게 됩니다.

     

    독서 후 감상 – 존엄한 죽음에 대한 고민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남유하 작가 책소개, 인터뷰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단순히 개인의 죽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책입니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서 더 이상 삶이 지속될 수 없을 때, 삶을 마무리할 권리는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는가? 이 책은 이 질문을 던지면서도, 감정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도록 합니다.

     

    또한, 책을 통해 우리는 환자의 존엄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과연 존엄한 선택일까? 아니면 너무 가혹한 결정일까? 작가는 끝까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할 뿐입니다.

     

    마무리 –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때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 중 하나는 조순복 씨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위해 먼 길을 떠나야 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조력사망이 합법화되었다면, 그녀는 낯선 땅에서 생을 마감할 필요 없이, 가족과 함께 편안한 환경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조력사망에 대한 논의는 점점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82%가 조력사망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남유하 작가 책소개, 인터뷰

     

     

    하지만 여전히 법적, 윤리적 논란이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단순한 한 가족의 이야기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죽음의 의미, 존엄한 삶의 끝맺음,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책입니다.

     

    죽음은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는 각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책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인간다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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