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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군의관 강연에서 드러낸 의료계의 민낯과 고뇌
이국종 교수 프로필
- 이름: 이국종 (李國鍾)
- 출생: 1969년 3월 4일, 서울특별시
- 학력: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미국 UCSF 외상외과 연수
- 전문 분야: 중증외상외과, 외상외과 수술 및 응급의학
- 주요 경력: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전), 국군대전병원 병원장(현)
- 주요 이력: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석해균 선장 치료로 ‘아덴만의 영웅’이라 불림 / 2017년 귀순 북한 병사 중증외상 치료로 전국적 주목 /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주인공 캐릭터의 실제 모델
강연 배경과 시작부터 전해진 피로감
2025년 4월 14일, 충북 괴산에 위치한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진행된 군의관 대상 강연에서 이국종 교수는 강연을 수락한 이유부터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여기 오기 싫었다. 후배들한테 미안해서 해줄 말이 없다”고 말문을 연 그는, “병원까지 찾아온 교장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고, 나도 국방부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기에 강연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피곤함을 넘어, 의료계 현실에 대한 깊은 무력감이 내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단상에 서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했음을 드러내며, 현실의 고통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의 괴로움도 언급했습니다. 강연은 격식 없는 이야기처럼 시작됐지만, 갈수록 분위기는 무거워졌습니다.
작심 발언의 연속, 필수의료에 대한 현실 고발
이 교수는 강연 내내 우리나라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조선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놈들이 해먹는 나라다. 수천 년간 이어진 DNA는 바뀌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지적하며, 그 구조 속에서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외상외과와 같은 바이탈 과목에 대해선 “절대 나처럼 살지 마라. 돌아오는 건 해고 통지서뿐”이라고 단언하며, 실제로 함께 일했던 고 윤한덕 교수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평생을 외상외과에서 죽도록 일했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은 망했다”며 후배 의사들에게 필수과 진입을 신중하게 고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고령 교수들과 공무원들에게 평생 괴롭힘당하며 살아가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바이탈과는 피하라는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의료 현장의 반복되는 과로와 무관심, 그리고 체계적인 보호 장치의 부재가 필수의료를 붕괴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한덕 교수를 예로 들며, “모든 걸 바쳐도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는 단호한 경고는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되었습니다.
탈조선을 권하는 현실, 희망의 부족
특히 주목을 받은 부분은 이 교수가 '탈조선'을 언급한 대목입니다.
그는 국군대전병원 지하창고를 독서실로 개조해, 한 정신과 군의관이 미국 의사면허 시험(USMLE) 1차에 합격한 사례를 소개하며 “너무 기특해서 플래카드도 걸어줬다.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관을 넘어서, 현실적 대안을 찾기 위한 탈출구로 해외 진출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의 말 속에는 이상적인 개혁이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당장 본인의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습니다.
'탈조선'이라는 표현은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 의료환경이 젊은 의료인들에게 비관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형병원과 의정 갈등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아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대형병원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최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관련된 의정 갈등에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교수들은 중간착취자가 맞다”고 인정하면서, 대형병원이 전공의 인력을 ‘짜내서’ 외형적 시설에 집중하고 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은 대리석 같은 인테리어가 없어도 환자들이 몰려드는데, 보여주기식 시설에 매달리는 현실에 대해 “움집이나 텐트만 있어도 다 기어온다”며 조소했습니다.
강연에서는 전공의들 사이의 복귀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됐습니다. 그는 “복귀자랑 패싸움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는데 다들 착하다. 감귤 정도로 놀리는 건 귀엽다”고 말하며, 의료계 내부 분위기를 자조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는 병원과 정부, 그리고 의료계 고위층 모두가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공의는 소모품이 아니며,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이는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연이 남긴 질문과 여운
이국종 교수의 이번 강연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이나 회한을 넘어, 한국 의료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딜레마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그가 던진 말들은 과격할 수 있으나, 현실을 반영하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필수의료의 붕괴와 인력 이탈, 구조적 피로감, 그리고 의료정책의 기형적 운영은 이 교수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깊은 공감을 안겼으며, 이를 계기로 의료계와 사회가 보다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또한 후배들에게 단순히 '희생하라'는 말 대신,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스스로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은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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